무무 치즈

땅이 치즈를 만든다

"치즈는 태어난 곳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나타내는 음식이다." — 이민희, 『치즈』

기온이 낮고 더움에 따라, 산이 높고 낮음에 따라, 풀이 많고 적음에 따라, 목축하는 동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모양과 숙성 기간이 달라진다.

해안가의 온화한 기후에서는 목축할 수 있는 기간이 산악 지형보다 길지만 치즈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짧다. 그래서 작고 말랑한 치즈를 만들어 짧은 시간에 소비와 생산을 반복한다. 추운 산악 지역은 반대다. 우유를 오래 보관해 식량으로 써야 하므로 오래 숙성하는 단단한 치즈를 만든다.

여기에 더해 같은 산악 지형이라도 갈린다. 알프스는 풀이 풍성하고 경사가 완만해 젖소를 키우는데 피레네산맥은 풀이 짧고 돌이 많아 염소나 양을 키운다. 음식 문화가 화려한 이탈리아에서 치즈는 빠질 수 없는 식자재다. 추위를 이겨야 하는 스위스에서는 중요한 겨울철 저장 식품이 된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AOP 인증 기준에 그렇게 나와 있다. 콩테 AOP 등록문서는 32~45kg짜리 대형 휠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적는다 — "여름철 넘쳐나는 우유를 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보존식품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 장기보존형 치즈였다." ⓐ


그 렌즈로 삼수령을 보면

같은 질문을 우리 땅에 던져본다. 여기는 어떤 곳인가.

강원도 태백, 해발 1,000m. 한강·낙동강·오십천이 갈라지는 삼수령(三水嶺)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하는 곳은 여기뿐이다. 해발 1,000m 고산지대에서 A2 저지 젖소를 5월부터 11월까지 100% 방목해 풀만 먹인다.

삼수령 무무목장
고도해발 1,000m
방목5월 ~ 11월, 7개월
급여방목기 초지 100% · 겨울 건초
품종Jersey, β-casein A2A2
겨울12~4월 건초 급여

해발 1,000m라는 조건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고 풀의 생장 속도가 느려진다. 대신 초종이 다양해진다. 클로버·야생초가 섞인 고산 초지는 평지의 단일 목초지와 식생 구성이 다르다.

그 다양성이 우유로 넘어온다. 풀의 이차대사산물인 terpene이 지방에 저장되어 향으로 남는다. 알프스 치즈에서 나는 풀 향과 견과 뉘앙스가 여기서 온다. 그 향은 계절과 목초지에 따라 달라진다. ⓑ

방목 7개월

5월부터 11월까지 풀을 먹고 12월부터 4월까지 건초를 먹는다. 여름 우유와 겨울 우유는 다른 재료다.

방목기 우유는 베타카로틴이 많아 버터가 뚜렷한 노란빛을 띠고 지방산 조성이 달라 풀 향이 강하다. 건초기 우유는 향이 부드러워진다.

이 계절 차이를 지우려 하지 않고 드러내는 쪽을 택한다. 무무목장이 가공치즈를 만들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 가공치즈는 여러 원유의 편차를 지워 균일하게 만든다. 이 우유의 편차를 드러내겠다는 목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드러내는 방법은 나누는 것이다. 방목기 우유와 건초기 우유를 섞지 않는다. 따로 만들고 따로 이름을 붙인다.

무무 목초무무 건초
시기5월 ~ 11월12월 ~ 4월
급여초지 100%건초
우유베타카로틴·terpene 높음부드럽고 계절 편차가 작음
향하는 것장기 숙성 압착 치즈프레시 치즈 · 버터 · 발효유

섞으면 평균이 되고 나누면 둘 다 자기 성격을 갖는다.

숙성 치즈는 만든 날과 파는 날이 반년 넘게 벌어진다. 이름은 착유 시점을 따른다. 9월에 만든 톰므는 이듬해 3월에 팔려도 목초 우유로 만든 치즈다.

초지에 무엇이 자라는가

무무 초지는 손대지 않고 둔 산이 아니다. 오차드그라스·톨페스큐·티모시에 레드클로버를 섞어 조성한 혼파초지이고 그 사이로 야생초가 들어와 산다.

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임간초지다. 온대 목초 중 내음성이 가장 좋은 오차드그라스가 이 조건의 중심을 잡아준다. ⓑ 티모시는 그늘에 약해 해마다 조금씩 자리를 내준다.

레드클로버는 세 가지 일을 한다. 뿌리혹에서 질소를 고정해 비료 없이 땅을 먹인다. 그늘을 잘 견뎌 나무 아래에서도 자란다. 그리고 앞의 지방산 표에 적은 것을 한 번 더 밀어준다.

레드클로버에는 폴리페놀 산화효소(PPO)가 있다. 이 효소가 반추위에서 지방산의 수소화를 억제해 ALA가 파괴되지 않고 우유로 더 많이 넘어간다. ⓑ 목초 급여가 오메가-3를 올린다고 앞에서 적었는데, 이 초지에는 그 경로를 밀어주는 종이 한 종 더 들어 있다.

대신 오래 살지 못한다. 2~4년이면 자리를 비우는데 기는 줄기가 없어 빈자리를 스스로 메우지도 못하니 몇 해에 한 번 다시 뿌리는 일이 이 초지를 유지하는 조건이다.

그리고 야생초가 있다.

앞에서 terpene 이야기를 했는데 조금 더 정확히 적어야겠다. terpene은 볏과 목초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광엽 야생초와 허브가 압도적인 출처다. ⓑ 알프스 치즈의 향은 그 사이에 섞여 자라는 것들이 만든다.

무무목장은 야생초를 잡초로 취급하지 않는다. 소가 입도 대지 않는 엉겅퀴·쑥은 걷어내되 나머지는 남긴다. 말끔하게 제초하면 향의 출처를 없앤다.

부분 수관 아래는 완전히 트인 초지보다 초종이 다양한 경우가 많다. 임간초지를 감수해야 할 조건으로 여겼는데, 향으로 보면 오히려 유리한 쪽이었다.

스위스가 최고 등급에 붙이는 조건

스위스는 같은 조건을 등급 기준으로 삼는다. 알프스 치즈의 최고 등급은 여름 방목기에, 고산에서, 풀만 먹인 소의 우유로 만든 것에만 붙는다.

L'Etivaz AOPLe Gruyère d'Alpage AOP
제조 기간5월 10일 ~ 10월 10일5월 중순 ~ 10월 중순
고도알파주 해발 1,000~2,000m산장(chalet)별로 다름
원유생유 · 운송하지 않음생유
사료알프스 초지사일리지 엄격 금지
규모약 130개 알파주 · 소 3,000여 두산장 61곳
가열구리솥 · 장작불산장 제조

그뤼에르는 같은 이름으로 두 가지가 있다. 계곡 치즈공장에서 연중 만드는 Le Gruyère AOP, 그리고 여름 넉 달 동안 산 위 산장에서만 만드는 Le Gruyère d'Alpage AOP. 산장 위에서 만드는 치즈가 더 높은 등급이다.

차이는 우유가 아니라 계절과 고도와 풀이다. 같은 품종, 같은 공정, 같은 사람이 만들어도 겨울에 계곡에서 만들면 그 등급이 붙지 않는다.

무무가 목초와 건초를 나누는 것도 같은 구조다. 계절이 이름을 가른다.

무무의 조건을 그 표에 얹어보면 이렇게 된다.

스위스 알파주 등급삼수령 무무목장
제조 기간5월 중순 ~ 10월 중순5월 ~ 11월
고도1,000 ~ 2,000m1,000m
사료사일리지 금지 · 알프스 초지방목기 초지 100%
원유생유 · 운송하지 않음자가 원유 · 60일 이상 숙성 시 생유 가능 ⓐ

대한민국에서 이 네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곳은 삼수령 무무목장뿐이다.

물론 등급은 제도가 있어야 붙는다. 한국에는 알파주 AOP에 해당하는 제도가 없고 있다 해도 우리가 그것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위스가 무엇을 보고 최고 등급을 매기는지는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조건이 여기에 그대로 있다.

그 조건이 어떤 자리인지는 글보다 소리가 빠르다. 5월부터 11월까지 소들이 하루를 보내는 초지, 해 질 무렵이다. 소리를 켜고 볼 것.

워낭소리 2 — 해발 1,000m, 노을이 내려앉는 킹스베리초지의 저녁 · 삼수령무무목장

저지가 하는 일

성분JerseyHolstein
유지방4.8 ~ 5.2%3.8%
유단백3.7 ~ 3.9%3.1%
지방구 지름4.5 μm3.5 μm
치즈 수율 (Cheddar 기준)0.125 kg/kg0.101 kg/kg

저지 우유는 홀스타인 대비 kg당 치즈 수율이 약 24% 높다. ⓑ 지방구가 커서 크림이 빨리 뜨고 kappa-casein B 변이체 비율이 높아 렌넷 응고 시 커드가 단단하고 유청 배출이 좋다.

저지는 카로틴을 비타민 A로 전환하는 효율이 낮아 카로틴이 지방에 그대로 남아 노랗다. 저지 버터와 치즈의 색에는 착색이 없다. 품종과 사료가 만든 색이다.


성분은 무엇이 다른가

목초 급여는 우유의 지방산 조성을 바꾼다. 여러 연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

성분목초 급여 시왜
오메가-3 (α-리놀렌산)증가신선한 풀에 ALA가 많다
CLA (공액리놀레산)증가반추위 미생물이 ALA·리놀레산을 부분 수소화하며 만드는 중간체
오메가-6 : 오메가-3 비낮아짐곡물 사료(옥수수·대두)는 리놀레산(n-6)이 많다
베타카로틴증가풀의 색소가 그대로 지방에 저장된다
비타민 E (α-토코페롤)증가신선한 목초에 풍부하다

기전은 반추위에 있다. 소가 신선한 풀을 먹으면 ALA가 들어오고 반추위 미생물이 이를 완전히 포화시키지 못한 채 박센산·CLA 같은 중간체를 남긴다. 그것이 유지방으로 넘어온다. 곡물 사료로 바꾸면 들어오는 지방산이 리놀레산 위주라 우유도 달라진다.

치즈는 이 성분을 농축한다. 우유 10L가 치즈 1kg이 되므로 유지방에 실린 성분은 그대로 따라 들어간다.

A2에 대해

무무목장 저지 젖소는 β-casein A2A2 형질이다. A1과 A2는 β-casein의 67번 아미노산 하나가 다르다. A1은 소화 과정에서 BCM-7이라는 펩타이드를 만들고 A2는 만들지 않는다.

소화 편의성에 관한 연구가 있으나 아직 확립된 건강 표시는 아니다. 무무목장은 A2를 "무엇이 들어 있지 않은가"로만 적는다 — BCM-7을 만들지 않는 β-casein 변이체다. 거기까지다.

⚠️ 표시·광고 경계. 위 성분 서술은 원유 특성에 대한 설명이지 제품의 효능 표시가 아니다. 제품 포장·판매 페이지에 옮길 때는 「식품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의 부당한 표시·광고 금지 조항에 걸리지 않는지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질병 예방·치료를 암시하는 표현은 쓸 수 없고, 영양성분 강조표시는 정해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

구체 수치를 인용할 때는 1차 논문을 확보해 근거를 남긴다. 이 문서는 방향(증가·감소)만 서술하고 배수·퍼센트를 적지 않았다.

계절 표시도 같다. 포장에 "목초"를 쓰려면 그 배치의 착유 시점과 급여 기록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기록 없이 붙이는 이름은 표시·광고 문제가 된다.


그래서 여기서는 어떤 치즈가 나오는가

앞에서 본 대로 따져보면 된다.

추운 산악과 짧은 방목 기간, 풍성한 초지와 젖소까지 알프스와 같다. 그래서 압착 반경질·경질 치즈가 이 땅의 문법에 맞는다. 산독 톰므를 주력으로 삼고 그뤼에르 계열을 목표로 둔다.

동시에 우리에게는 알프스 사람들에게 없던 것이 있다. 냉장과 전기. 여름 우유를 겨울 식량으로 바꿔야 하는 절박함이 없으니 프레시 치즈도, 흰곰팡이도,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만든다.

전통이 만든 문법은 따른다. 다만 그 문법이 생긴 이유가 사라진 자리에서는 자유롭게 한다.

땅이 정하는 한계

무무목장은 10만 평인데 풀이 자라는 곳은 12만 제곱미터, 전체의 36%뿐이다.

나머지는 계곡이거나 경사가 심해 초지로 만들 수 없다. 만들 수 있다 해도 만들지 않을 땅이다.

12헥타르가 먹일 수 있는 소는 정해져 있다. 저지 한 마리가 방목기에 먹는 건물량과 초지가 내주는 건물량을 맞춰보면 상한이 나오는데, 정확한 숫자는 초지 생산성을 실측해야 확정되지만 늘릴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은 이미 분명하다. ⓔ

지금 무무목장에는 젖소 10마리가 있다. 다섯이 젖을 내고 셋이 곧 시작하고 둘은 암송아지다.

한 마리도 더 들이지 않아도 이 10마리가 다 자라면 상한에 닿는다. 먼 이야기가 아니라 두세 해 뒤의 일이다.

여기서 길이 갈린다. 사료를 사다 먹이면 두수를 늘릴 수 있지만 그만큼은 초지가 감당하지 못해 밖에서 사와야 하고 이 글이 여기까지 말한 것을 전부 포기한다 — 방목도, 초종 다양성도, terpene도, 계절이 남는 우유도.

그래서 늘리지 않는다.

그러면 태어나는 소를 고른다

두수에 상한이 있으면 다음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어떤 소가 태어날 것인가.

무무목장은 두 가지를 쓴다.

성감별 정액. 후속우가 필요한 소에만 암컷 정액을 붙인다. 나머지에는 육우 정액을 써서 젖소 암송아지를 늘리지 않는다.

성감별 수정란 이식. 유질과 체형이 좋은 소에서 수정란을 받아 다른 소에 옮긴다. 좋은 어미 하나의 유전자를 여러 마리에서 동시에 받는다.

무작정 늘리는 대신 고른다. 태어나는 수를 땅에 맞추고 그 안에서 좋은 쪽을 남긴다. 퍼머컬쳐 윤리가 "소비와 번식에 한계를 둔다"고 할 때의 번식이 여기서 이 일로 나타난다.

다만 팔려고 키우는 소도 이 초지의 풀을 먹는다. 몇 마리를 언제까지 둘지는 해마다 다시 정해야 한다.

규모로 크지 못하면 밀도로 큰다. 같은 우유에서 더 오래 남고 더 멀리 가는 것을 만든다. 원유는 이틀이면 끝나지만 톰므는 여섯 달을 간다.


우리가 지키는 것

무무목장은 퍼머컬쳐 윤리를 따른다. 1970년대 호주에서 빌 몰리슨과 데이비드 홀름그렌이 정리한 세 가지다. ⓑ

땅을 살린다 — 흙과 숲과 물을 보살핀다.

사람을 살린다 — 자신과 가족과 공동체를 살핀다.

한계를 설정하고 이익은 나눈다 — 소비와 번식에 한계를 두고, 남는 것은 되돌린다.

앞에서 12헥타르가 정한 두수 상한이 세 번째 윤리다.


이 글은 왜 이렇게 만드는지를 다룬다. 만드는 법은 content/recipes/ 37종에, 무엇을 지어야 하는지는 시설_요구사항.md에 있다.

참조 L'Etivaz AOP 제조 기간·고도·장작불 조건 — etivaz-aop.ch · aop-igp.ch ⓐ Le Gruyère d'Alpage AOP 산장 61곳·사일리지 금지 — gruyere.com ⓐ 퍼머컬쳐 윤리 3가지 — appropedia.org/Permaculture ⓑ

출처 등급 — ⓐ 법령·법정 명세서 / ⓑ 학술·공식 연구기관 / ⓒ 업계 실무 / ⓔ 이 문서의 판단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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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가지. 배치에 맞게 재료를 환산하고, 단계마다 시간을 재고, 압착 설정까지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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