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에 "3개월 숙성"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3개월 뒤에 꺼냈더니 아직 덜 됐다. 왜일까.
숙성은 효소와 미생물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효소 반응 속도는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며칠 지났나"는 숙성의 진행을 재는 단위로는 부정확하다.
농업에서 쓰는 개념을 빌려온다. **적산온도(degree-days)**다.
계산
기준 온도를 정하고, 그 위로 올라간 만큼을 시간에 걸쳐 적분한다.
적산온도 = ∫ max(T − T_base, 0) dt
우리는 기준을 **4℃**로 잡았다. 냉장 온도 근처다 — 그 아래에서는 숙성이 사실상 멈춘다고 본다.
14℃ 갱에서 10일이면:
(14 − 4) × 10 = 100 ℃·day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여기서부터가 요점이다. 같은 60일이 같은 숙성이 아니다.
| 갱 온도 | 60일 후 적산 |
|---|---|
| 14℃ | (14−4) × 60 = 600 ℃·day |
| 11℃ | (11−4) × 60 = 420 ℃·day |
11℃ 갱에서 600 ℃·day를 채우려면:
600 ÷ 7 = 85.7일
86일이다. 겨울 갱이 3℃ 낮으면 같은 치즈를 얻는 데 26일이 더 걸린다.
이건 오차가 아니라 43% 차이다. 달력만 보고 꺼내면 매년 겨울 배치가 덜 익은 채로 나온다.
실측 간격이 들쭉날쭉해도 된다
로거가 매시간 재든, 손으로 사흘에 한 번 재든 계산은 같다. 사다리꼴로 잇는다.
0일에 14℃, 2일에 16℃를 쟀다면 그 사이는 평균 15℃로 본다.
(15 − 4) × 2 = 22 ℃·day
측정이 성긴 만큼 근사가 거칠어질 뿐, 방법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온습도 로거를 사라고 하는 것이다 — 촘촘할수록 적분이 정확해진다.
기준 아래로 내려간 구간은 0으로 처리한다. 음수 적산은 없다. 2℃로 열흘을 둬도 적산은 0이지, 숙성이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법은 달력을 센다
여기서 반드시 갈라놓아야 할 게 있다.
생유(살균하지 않은 원유) 치즈의 60일 숙성 요건은 날짜 규정이다. 적산온도와 아무 상관이 없다. 온도를 올려서 적산을 빨리 채웠다고 45일에 꺼내면 요건 미충족이다. ⓐ
그러니 둘은 각각 만족해야 한다.
| 세는 단위 | 무엇을 보장하나 | |
|---|---|---|
| 법정 숙성 기간 | 달력 일수 | 병원성 미생물 사멸 시간 확보 |
| 적산온도 | ℃·day | 풍미·조직의 성숙도 |
날짜가 채워졌어도 적산이 모자라면 맛이 안 든 치즈고, 적산이 찼어도 날짜가 모자라면 팔 수 없는 치즈다.
왜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가
삼수령 숙성고는 횡갱이다. 산에 낸 수평 갱도라 외부 기온을 따라 계절마다 흔들린다.
여름과 겨울의 갱 온도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사계절 실측이 미해결로 남아 있는 이유이자, 온습도 로거를 우선 발주 목록에 넣은 이유다.
적산온도 계산은 이미 앱에 들어가 있다. 넣을 데이터가 없을 뿐이다.
기계식 냉장 숙성고라면 이 글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온도가 일정하면 날짜와 적산이 비례하니까. 자연 동굴을 쓰기로 한 대가이자, 동시에 계절이 치즈에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리
- 숙성 진행은 온도의 적분이지 경과 일수가 아니다
- 기준 4℃, 사다리꼴 적분, 음수 없음
- 3℃ 차이가 60일 배치에서 26일을 만든다
- 법정 숙성 기간은 별개다 — 달력으로 센다
- 자연 숙성고를 쓴다면 로거부터 달아라
계산은 src/lib/aging/metrics.ts, 검증은 같은 폴더의 테스트에 있다.
ⓐ 출처 등급 — 법령·법적 사양